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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멋대로 교정일기 6 -공포의 이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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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희성 작성일03-03-31 10:36 조회8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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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작은 어금니들을 뽑았습니다.
    제 이름이 불릴 때부터 왠지 너무 긴장되어서 진료의자에 앉아서도 계속 오돌오돌 떨었답니다.


    이를 뽑는게 왜 무서운걸까?

    예전에 사랑니를 뽑았을땐 녀석이 살짝 머리만 잇몸 위로 보이고있던 상태라서
    수술(이라면 너무 거창하지만 어쨌든 잇몸을 절개했으니까 ㅡㅡ;;;)을 통해 뽑았는데
    그날 밤에 자다 깨보니 베개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는데도
    매우 시큰둥하게 젠장... 피가 엄청 나네... 했던 게 기억나는걸보면....
    속만 썩이던 사랑니보단 작은 어금니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요?

    직장 동료 중 교정선배가 이를 뽑을 때 어찌나 힘을 주었던지
    다음날 입술이 멍이 들어있었다고 말을 할 때도 그 쯤이야~ 했던 저인데...
    하여간 아프거나 피가 나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닌 건 확실해요.


    사실 이뽑는 건 그리 아프거나 하진 않았지요.
    (선생님께서 "나만 믿어요~"하시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음)
    일단 스프레이 타입의 마취제를 잇몸부위에 칙~ 뿌리고 입을 헹굽니다.
    이 때 조심해야할 것은 입을 헹군 물을 뱉을 때 혀가 마취된다는 거죠. -_-;;;

    처음엔 이것이 마취의 끝이라고 생각했지만...(어쩐지 간단하더라니)
    조금 기다린 후에 진짜 마취를 합니다. 마취 주사죠.
    주사기처럼 생기지 않고 손잡이 부분이 가위나 집게 손잡이 처럼 생겨서는
    드디어 뽑는건가 하고 긴장해서 선생님을 동그랗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안아프냐고 물으시더군요. 긴장해서...(아파야 정상인건가하고는) 고개를 저었더니
    갸우뚱 하시면서 아픈데 참는 거 아니냐고.
    아무래도 전 고통에 둔감한 스타일인가 봐요.

    그리고선
    마취의 효과가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니까 스키장에서 자빠지면서 붕~ 날아
    안면착지했던 때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아랫입술이 3배쯤 부풀어 오른 것같은 느낌이랄까.

    이때쯤 되면 물로 입을 헹구는 간단한 작업도 맘대로 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물을 입에 넣고 물먹는 병아리처럼 고개를 하늘로 향하게 한 후
    머리를 흔들어서 입안을 이리저리 헹구고 물을 뱉는
    매우 영구스러운 짓을 여러 번 했다는... ㅡㅅㅡ
     
    15분쯤 후에 알 수 없는 앰플을 또 주사하고 이를 쑥~ 뽑았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뽑힐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무섭더군요.


    그러고선 집에 돌아와 TV를 켜자마자 이*탄이라는 잇몸약 CF가 나오는데
    잇몸같은 분홍색 모래가 우루루 무너지면서 이들이 내려앉는 장면이....흐흑
    등골이 오싹... 부들부들... ㅠ_ㅠ



    오늘 아침에도 잇몸에 뻥 뚤린 검은 구멍을 거울로 확인하고선
    다시 심한 상실감과 허무감으로 인해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버렸답니다.
    흐흑 썩은 데도 하나 없는 깍은 듯이 이쁜 나의 작은 어금니...
    (아무래도 집착이 심한 성격인가요?)


    이를 뽑는거 말고도 아래 어금니에 반지 장치를 했구요.
    다음번엔 아래에도 완벽하게 장치가 들어갈 것같네요.

    하여간... 이번이 저에겐 지금껏 치과를 다니면서 일생에 가장 힘들었던 주간이예요.
    '타고난 교정체질 아줌마, 엄한데서 난관에 봉착하다'가 그 카피가 되겠네요.


    흑흑... 일단 이뽑은 자리가 아물고 마음의 상처(?)도 조금 덜면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