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일기 29 - 두 번째 고무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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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미라 작성일03-02-19 21:33 조회1,033회 댓글0건본문
2003년 2월 중순.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 치과의 제일 화두는 역시 '이사'인 듯...
"예전엔 3층을 엘리베이터 타고 다니면서 계단을 이용하지 않은 나 자신을 약간은 부끄럽게 느꼈었는데, 이젠 6층이라 한결 마음이 가볍다. 이상한 결벽증인가?
치과 안 깨끗하고 넓어진 실내 말고도, 환자를 위해 세심하게 일회용 칫솔을 준비해 놓으신 그 마음이 기분 좋았다.
깨끗한 치아로 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들 앞에 서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을 알아 주셨으니까.글구 나같이 전동치솔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충전된 전동몸통도 하나 있음 좋겠다. 치솔모만 가지구 다니면 여럿이 쓸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간호사언니들의 복지시설인 간호사 방이 생긴 것도 좋았다. 거기다 다리 주무르는 거 뭔가 하는 기계만 있음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다들 다리가 아플테니까. 아니 치과는 팔도 아플라나? 그럼 그걸로 팔도 주무르면 되겠구만.
방이 참 많네. 회의실 또는 연구실 같은 방이 많구나.
다 어디다 쓰는 것일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나봐
요리조리 짬짬히도 지으셨네.
그럼 3층 접대실은 어떤 모양일까? 공사가 언제 끝나지?"
"~~"까지가 엘리베이터 타서 병원 문 들어와 한 번 휙 둘러보고 난 머릿속의 외침들이었다. 머리 참 많이도 굴렸다.
진료실이랑 베드도 많아졌으니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의 치아가 예뻐지겠군.
모두 화이팅!
--지금까지 고치과에서 김---
두 번째 고무줄은 쬐끄만 하얀 고무줄.
위, 아래 어금니 브라켓들에 걸쳐 끼운다.
위에서 아래로 가로질러 있는 이 물건 때문에 위의 쑥 들어갔던 어금니가 서서히 밖으로 나오는 것 까진 좋은데,이가 아프다.
하여 두 번째 맞는 '밥의 위기'.
어금니들이 움직이니까 씹을 때 마다 아프고 24시간 끼우고 있는게 원칙이므로 먹을 때 빼 놓으려면 참말로 번거롭다.
먹을 때 마다 엄마가 뭘 쑥쑥 빼므로 애들은 화들짝.
궁금하고 지저분하다는 표정이 역역.
더구나 다 먹고는 들고 있던걸 다시 쑥쑥 끼우니 신랑은 묘기 대행진에 나가라고 추천.
한 가족의 식사풍경이 이 모양.
다행히 이 번달은 잠깐의 휴식으로 고무줄을 안 끼워도 된다는 선생님의 그 말씀이 왜 그리 반가운지.
잠시였지만 작은 불편함으로 인한 자유의 박탈을 맘껏 맛 보았다.
다음 달 다시 그 쬐끄만 고무줄을 만날 땐 비교적 모든 것이 자유로운 내 몸과 정신에 감사함을 느끼며, 그렇지 못한 사람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
모두들 두 번째 고무줄을 두 번째 다시 만날 땐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착착 움직이자꾸나.마이 러블리 치아들아.
선생님 언니들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부침개> 대구 지하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상자 여러분 어서 완쾌하세요.